2026년 4월 기준 | 법무법인 여정 · 김혜경 변호사
부모님 예금 몰래 인출한 형제, 상속회복청구 가능할까?
부모님 사망 직후 형제가 은행 계좌를 무단 인출했다면, 그 소송은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하며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됩니다. 단, 초과특별수익자가 존재하는 경우 예금 같은 가분채권도 예외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이 글은 부모님 사망 후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피상속인의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한 상황에서, 나머지 상속인이 어떤 법적 권리를 가지며 얼마나 빨리 행동해야 하는지를 대법원 2025다212863 판결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사건의 배경: 어떤 일이 있었나요?
2019년 5월, 피상속인(망인)이 사망하자 자녀 4명이 각 1/4씩의 법정상속분으로 공동상속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망 직후인 2019년 6월, 피고(형제 중 한 명)가 망인 명의의 외화예금계좌에서 미화 15,250.76달러를 무단으로 인출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는 상속재산분할 심판 절차(수원가정법원 2019느합567)가 진행되었습니다. 해당 심판에서 공동상속인 중 소외 2와 원고 1이 초과특별수익자에 해당한다고 결정된 상태였습니다.
초과특별수익자란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나 유증을 통해 자신의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는 이익을 이미 받은 상속인을 말합니다. 민법 제1008조는 이러한 경우 해당 상속인이 추가 상속분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 1: 예금(가분채권)도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나요?
가분채권이란 예금채권·금전채권처럼 금액 단위로 쉽게 나눌 수 있는 채권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전통적으로 가분채권은 상속 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자동 분할된다는 원칙을 유지해왔습니다(대법원 2006. 7. 24.자 2005스83 결정).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 원칙에 예외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16. 5. 4.자 2014스122 결정). 초과특별수익자가 자신의 초과분을 반환하지 않으면서도 가분채권을 법정상속분대로 나눠 받는다면, 민법 제1008조·제1008조의2의 공평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이번 2025다212863 판결은 이 법리를 민사 손해배상·부당이득 소송 영역에도 일관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즉, 소송의 형식이 민사라 하더라도,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다면 예금은 단순히 자동 분할된 채권이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핵심 쟁점 2: 공동상속인도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나요?
상속회복청구란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임을 전제로, 참칭상속인 또는 그로부터 권리를 취득한 제3자를 상대로 상속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참칭상속인이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재산상속인임을 신뢰케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나, 상속인이라고 참칭하여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유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대법원 2025다212863 판결 설시).
이 사건에서 원심(하급심)은 피고가 정당한 공동상속인이기 때문에 참칭상속인이 될 수 없다고 보아 제척기간 도과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가 초과특별수익자 존재 상황에서 상속재산 전부를 임의 인출·보유한 행위는 상속권 침해에 해당하며, 이 경우 공동상속인도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소송은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상속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됩니다. 원심이 이 부분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이 왜 중요한가요?
이번 대법원 2025다212863 판결의 의의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 대상성을 민사 소송 영역까지 확장했습니다. 예금 분쟁이 불법행위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소송 형식으로 제기되더라도,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둘째, 청구의 형식이 아닌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상속회복청구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라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이 상속권 침해에 따른 재산 반환 요구라면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합니다.
셋째, 공동상속인 사이의 상속권 침해에서도 참칭상속인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가족 내부의 상속 분쟁에서도 제척기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실무적 시사점을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제가 부모님 돌아가신 직후 예금을 모두 인출했는데, 소송 기간이 얼마나 남아 있나요?
A.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하는 경우, 상속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 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민법 제999조 제2항). 침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제척기간 계산이 달라지므로, 즉시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형제가 생전에 부모님께 많은 재산을 받았는데, 예금 분할 비율이 달라지나요?
A. 네,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동상속인 중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예금 같은 가분채권도 단순히 법정상속분대로 자동 분할되지 않고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대법원 2016. 5. 4.자 2014스122 결정, 대법원 2025다212863 판결). 생전 증여액이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는 형제는 추가 예금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공동상속인이 예금을 무단 인출했을 때 '참칭상속인'으로 볼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공동상속인이라 하더라도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상황에서 상속재산 전부를 임의로 인출·보유했다면 참칭상속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다212863 판결). 참칭상속인이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상속재산을 점유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Q. 소송 형식을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제기했는데, 상속회복청구 제척기간이 적용되나요?
A.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청구의 외형이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이더라도, 그 실질이 상속권 침해를 이유로 상속재산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라면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소송 형식과 무관하게 3년의 제척기간 준수 여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Q. 상속재산분할 심판과 별도로 예금 인출에 대한 민사 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가사 절차)과 예금 무단 인출에 따른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 청구(민사 절차)는 별개의 절차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절차의 결과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전략적 병행 진행 여부는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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